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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과 기록

사냥놀이 중 자리를 뜨는 고양이의 심리

새로 만든 구멍 매트와 행복한 말랑이

  신나게 사냥놀이를 하던 중, 돌연 멈춰 서서 흔들리는 사냥감을 관찰만 하거나 자리를 떠나버리는 고양이를 본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다. 잘 놀던 고양이가 위에 서술한 모습을 보일 때면 집사는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장난감의 패턴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옆에 있던 고양이가 거슬렸던 것인지, 고양이가 재미없었을 이유를 오만가지 떠올리다가 결국 내 탓이겠거니 자책하며 울적해진다.
  고양이가 잘 놀다 멈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 집사가 놀아주는 것이 재미 없어서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고양이가 사냥놀이 중 잠시 멈추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떠나도 귀나 수염 등 신체 언어로 집사 쪽에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 여전히 고양이는 사냥놀이 중이라는 것이다. 멈추거나 떠나는 이유는 다시 사냥감에 집중하기 위해 기분 전환을 하는 중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의 사냥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강아지들보다는 다소 지구력이 딸리는 고양이의 신체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고양이는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사냥감을 탐색한다.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인지 아닌지, 빠르게 움직이거나 느리게 움직이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등을 고려한 뒤에 움직인다. 우월한 스피드와 유연한 신체를 가진 대신에 오랜 시간을 달리지 못한다. 한 번 사냥감을 놓치면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지고, 다음 사냥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중해야만 한다.
  집 고양이들의 사정도 야생 고양이들과 다르지 않다. 확실하게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 오랜 시간 탐색에 열중하며,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잘 놀던 고양이가 멈추는 행동의 답을 내려볼 수 있다. 사냥감을 쫓던 고양이가 멈춰 서거나 자리를 옮기는 경우에는 지금 덮쳤을 때 사냥을 성공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사냥에 실패하고 싶지 않은 고양이 나름대로 한 번 숨을 돌리고, 몸을 잘 숨길 수 있는 자리로 옮기는 등 고양이 나름대로의 기분전환을 하는 행동인 것이다.
  잘 살펴보시라! 당신의 고양이가 자리를 떠났다고 해서 당신의 사냥놀이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의 귀가 여전히 장난감이 소리를 내는 쪽을 향하고 있다면 그 고양이는 사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아직 흥미를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고양이의 행동을 오해하여 거기서 사냥놀이를 끝내버린다면 그때야말로 맹숭맹숭하게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숨거나 멈춰버린 고양이에게서 먼 곳을 향해 사냥감을 숨겨보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양이와의 사냥놀이는 집사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워도, 마음먹은대로 고양이가 움직여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 고양이를 위해서 뭐든지 해 주고 싶어 찾아보고 공부하고 있는 당신이라는 집사가 있기에, 아마 당신의 고양이는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