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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과 기록

고양이도 선호하는 놀이 장소가 있다

 

서킷을 따라 달리는 공에 열의를 보이는 폭신이 고양이

  우리 집에는 덤불을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 심리학자 잭슨 갤럭시의 거주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덤불을 좋아한다고 표현해봤다. 이 고양이는 사냥놀이를 시작하면 재빨리 어둡고 조용한 장소로 기어들어가서 몸을 숨기다가, 적당한 타이밍이라고 생각이 될 때 쏜살같이 박차고 나와 점찍어놓은 사냥감을 쫓는다. 놀 때뿐만이 아니라 쉴 때나 잘 때도 탁 트인 곳보다는 몸에 딱 맞는 곳이나 약간 어둡고 은신하기 좋은 곳을 좋아한다.

 

출처 : 다이소몰 공식 홈페이지, 사진 상의 장난감을 모두 떼고 위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하우스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 우리 고양이에게 사냥놀이를 할 때 정말 중요한 설치물이 있다. 바로 마루 중앙에 놓아둔 간이 텐트이다. 다이소에서 사 온 모빌 텐트 위에 담요를 덮어 준 것인데, 사방이 트여있어 안 쪽으로 들어간 고양이가 어디서든 튀어나갈 수 있다.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이리저리 흔들어주다가 텐트 뒤쪽으로 도망치듯 숨기면 기다렸다는 듯 텐트 안으로 뛰어들어가 주변을 사부작 거리며 돌아다니는 장난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 포스트에서 우리 집 덤불 고양이를 소개한 이유는 사냥놀이를 할 때 고양이들 저마다의 습관이나 특성을 잘 기억해두면 좋다는 이야기를 하려 함이다. 똑같은 사람이 하나 없듯 고양이 또한 그러하다. 우리 집 세 녀석만 해도 놀이에 텐트를 이용하는 녀석은 위에 소개한 폭신이 고양이 하나 뿐이다. 그런가 하면 놀이 과정 중에 점프가 필요한 코스를 끼워 넣으면 갑자기 멈춰서는 말랑이 같은 고양이도 있고, 사냥감이 바닥을 돌아다닐 때보다 높은 구조물 위를 돌아다닐 때 더욱 흥미를 보이는 보들이 같은 고양이도 있다.
  놀아주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 고양이의 본능에 기반한 행위라면, 놀아주는 장소를 익히는 것은 고양이의 취향을 한껏 고려해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선호하는 장소 역시 고양이라는 개체가 지닌 특성에서 오는 것들이 대부분이겠으나(나무타기를 좋아한다거나 덤불에 숨는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 부분은 본능보다는 기호에 조금 더 가깝다. 이를테면 밥을 먹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햄버거를 좋아하는 것과 피자를 좋아하는 것은 개개인의 취향이자 기호인 것과 같다.


  작은 원룸이라고 해도 고양이의 취향이 묻어나는 장소는 분명히 있다. 고양이가 놀 때 더 선호하거나 비호하는 장소를 알고 계신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감이 오지 않으신다면 놀아줄 때 그 친구가 어디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지를 살펴보시라. 막 장난감으로 놀기 시작한 아깽이라면 몰라도 당신과 오래 시간을 보낸 고양이에게는 밥보다 햄버거 같은 공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찾아냈다면 활용하자. 그 장소가 어쩌면, 고양이와 놀기 버거운 당신께 치트키 같은 장소가 되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