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찰과 기록

고양이 사냥 놀이의 마무리가 중요한 이유

지척까지 다가온 봄 볕에 창가 옆 캣타워 위에 늘어져 있는 일이 잦아진 폭신이 고양이

  고양이의 사냥 놀이 중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 언제일까? 고작 1년 정도 되는 시간이지만 고양이들을 지켜보고 놀아주며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이밍은 ‘사냥감을 잡은 후’이다. 정확하게는 고양이와 놀이를 시작하는 것, 고양이를 달리게 하는 것, 고양이가 덮치게 하는 과정까지는 집사에게 중요한 과정이지만, 사냥감을 잡고 난 후가 고양이에게 무척 중요하다.
  무슨 소리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사냥감을 잡은 후의 대처는 고양이와 사냥놀이를 하는 이유와도 무척 긴밀하게 닿아있는 부분이다. 고양이는 사냥놀이를 해야만 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보통 고양이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고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답으로 꼽곤 한다. 운동량이 부족하여 고양이를 움직이게 하자는 목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만 남아있는 것이다.
  고양이는 사냥을 하며 살던 동물이다. 노리고, 쫓고, 공격해서 잡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던 동물이라는 이야기이다. 고양이의 생존과 직결되어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이후에도 이 본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사람 또한 생존에 필수적인 잠자기나 먹기를 하지 못하게 되면 예민해진다. 고양이 또한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고양이 사냥 놀이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뚱냥이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애쓰고 계신 분이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고양이 사냥 놀이의 이유는 본능 충족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 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고양이의 모든 움직임이 본능 해소의 일환이며 몸을 움직인 것만으로도 움직이기 않은 것보다는 고양이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하지만 이쯤에서 궁극적인 목표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냥 놀이는 왜 하는가? 어떤 본능을 해소시켜주어야 하는가?
  원점으로 돌아와 생각하면 성공적인 사냥의 끝에는 도주와 저항 끝에 고양이에게 잡힌 사냥감이 있다. 이 때문에 고양이 사냥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은 도망가던 끝에 장렬히 잡히는 사냥감 부분이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렬히 고양이에게 사망하는 사냥감 연출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 부분이다.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 차례 도주를 시도하다가 잡혀 움직이지 않는 사냥감을 연기가 쉬웠다. 방법 또한 간단하다. 고양이가 열심히 쫓아가서 잡고, 사냥감이 죽었는지 확인하는 순간에 빠르게 흔들어 도망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사냥감을 입으로 잡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잡은 장난감을 바닥에 내려놓기 전까지 가볍게 흔들어서 발버둥 치는 느낌을 내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 방법을 반복하되 점점 도망가는 속도와 거리, 발버둥 치는 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사냥감을 만족스럽게 내려놓고 쉬는 고양이를 볼 수 있다.
  고양이와의 놀이에서 일일히 신경 쓰는 부분을 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고양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좋을지를 계속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고양이에 대해 생각하기를 권유드리는 이유는 의도대로 놀아준 고양이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무척 만족한 한숨을 꼭 한번 경험해보셨으면 하기 때문이다.
  잘 논 고양이는 사람이 보기에도 행복하다. 또한 고양이가 잘 논 것 같아보이면 무엇보다 집사가 행복하다. 사냥감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다른 과정에 비해 끝 부분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속는 셈 치고 한 번쯤 시도해보시라! 만족스럽게 사냥감을 물고 꼬리를 세운 채 종종걸음 치는 고양이의 엉덩이를 보신다면 아마 다음 날도 또 해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되실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