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찰과 기록

고양이와 사냥 패턴

따스한 이불에 눌려 납작해진 보들 고양이

  고양이의 사냥이 ‘사냥감 포착 > 매복 (대기) >  습격  > 추격 > 사냥 성공’으로 이어지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고양이가 고양이인 이상 이 패턴은 모든 고양이가(심지어 사자마저도) 가지고 있는 습성이다. 이를테면 사람이 밤에 잠을 자는 것과 비슷하다. 아직 본능을 버리지 않은 고양이가 사냥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위의 패턴을 이용하여 사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람도 사람 나름대로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이나 방법이 다양하듯, 고양이 역시 사냥 패턴은 같으나 구간별로 소요되는 시간과 방법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어떤 고양이의 경우 사냥감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척 짧지만 대기 시간이 길기도 하고, 앞선 모든 구간을 총알같이 패스하고 추격 시간 자체를 즐기는 고양이도 있다.


  우리 집에는 고양이가 세 마리 있다. 같은 날 집에 와서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장난감으로 놀며 성장을 함께 한 녀석들이지만 사냥놀이를 즐기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보들이는 사냥감을 포착하고 흥미를 느끼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린다. 관심을 가진 뒤에도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사냥하는 데는 크게 시간을 들이지 않지만, 유독 습격 시간만큼은 즐거워 보인다. 빠르게 몸을 낮춰 포복자세로 다가간 뒤에 날렵히 사냥감을 덮친다. 더불어 잡은 사냥감을 과시하기 좋아하는 보들 고양이가 방금 습격한 장난감을 물고 집 안 구석구석을 활보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누나가 다 뿌듯해지는 것이다.
  말랑이는 매복 시간이 무척 긴 고양이이다. 사냥감을 관찰하고 그것이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행위를 지켜보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싶은데, 가만히 엎드려서 궁둥이를 꿍실거리는 시간이 그의 사냥놀이 전반을 차지한다. 습격과 추격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력이 약해 오래 놀지는 못한다. 대신 좋아하는 패턴을 확보하면 어떤 고양이보다 즐겁게 놀아주기 때문에 놀아주는 재미가 있는 고양이이다.
  폭신이는 그 어떤 고양이보다 추격 시간이 길고 에너지가 넘친다. 위에 언급한 모든 구간을 패스하고 추격을 즐기는 고양이가 폭신 고양이인데, 이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냥감을 가볍게 흔들어주기만 해도 폭주 기관차처럼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사냥을 즐긴다. 어차피 사냥감이야 어제 놀았던 그 녀석이고 노는 목적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데 집중되어있는지 매복과 습격은 거의 건성이다.
  우리 집 고양이 셋만 해도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놀아주지 않으면 흥미가 금방 식어버린다. 추격을 좋아하지 않는 보들이와 달리기 놀이를 하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패턴 분석이 중요한 말랑이에게 마구잡이로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혼란스러워한다. 폭신이와는 추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앉아서 대충  휘젓는 장난감으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태도를 보인다.


  위의 가설을 소개하며 세 가지 케이스를 들었다. 실은 모든 장난감마다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컨디션이나 그날 기분에 따라 과정마다 변화가 조금씩 있기도 하다.  가볍게 읽는 고양이 별 사례와 예시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당신의 고양이는 위 패턴 중 어떤 구간을 가장 사랑하는가? 어떤 과정에 가장 공을 들이며, 어떤 과정은 지루해하는가? 가설로 세워본 고양이의 놀이 패턴이며, 우리 집 세 녀석의 케이스 밖에 없지만 위의 내용을 토대로 댁의 고양이의 놀이를 지켜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해본다. 고양이의 놀이를 이해하면 앞으로의 놀이가 쉬워진다. 다묘 가정이면 저마다 놀아주는 방법을 계획해 볼 수도 있고, 외동 가정에서는 구매할 장난감 계획을 세우는 등으로 활용해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