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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과 기록

고양이 놀이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 장애물

비 오는 창가의 고양이 형제

  우리집 마루 바닥에는 우리 애기들이 정말로 애기였을적에 산 터널이 하나 놓여져있다. 한동안 접어두고 있다가 요새는 내내 펴져있는 캣터널인데, 1m 정도 되는 길이의 1 자형 터널이다. 갑자기 캣터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요즘 이 물건 덕에 고양이들의 놀이 생활이 확실히 좋아진 것이 느껴져서이다.
  고양이와 놀면 놀수록 느끼는 점은 ‘고양이가 이물질을 먹지 않도록 항상 치우되, 적당히 너저분한 상태를 유지하라’ 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역시 옳다는 점이다. 언급한 조언은 고양이에게 적당한 장애물을 만들어주는 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야생의 고양이이던 집 안의 고양이이던 사냥을 할 때에는 몸을 숨기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약한 체력을 커버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몸을 숨기고 최대한 사냥감에 근접하여 덮친다는 전략을 취하는 습성은 몸집이 작아지고 사람의 거주지에 들어와서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서로 쫓는 놀이를 할 때에도 장난감을 쫓을때도 굳이 캣 터널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면 더더욱 강렬하게 확신한다.
  쫓는 대상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고양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보면 의외인 점을 한가지 발견할 수 있다. 고양이는 사냥 중 시각보다 청각을 더욱 유용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시선은 장난감에게 고정하고 있고, 눈은 쫓아오고 있지만, 결정적인 타이밍을 고르거나 흥분시키는 건 소리 쪽이다. 말인 즉, 가끔은 보여주는 것 보다 들려주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고양이와 더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집에 고양이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장애물을 놓는 일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다. 장애물이라고 해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이전 포스팅에서 한 번 소개했던 사방이 뚫린 텐트 위에 담요를 덮는 방법도 좋고, 캣 터널을 은근슬쩍 던져놓아도 좋으며, 돈이 하나도 들지 않는 방법으로는 택배 상자의 날개를 안쪽으로 모두 접어 작은 통로처럼 만드는 방법도 추천한다. 고양이의 사냥감으로 변신해야할 때, 바닥에 놓아둔 장애물들은 훌륭한 놀이 보조기구가 되어준다.


  어수선한 집을 감내하면 집사도 재미있는 놀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장애물을 끼고 고양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장난감을 흔들어 댈 때, 흥분해서 커지는 눈동자와 춤추는 궁둥이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올테니 말이다. 장애물이 있다면 집사들의 필살기인 코너를 돌아 사라지는 사냥감을 연출하기에도 편하다. 접어두고 놀 때만 펴는 것도 괜찮지만 가끔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여기저기 던져둬보자. 숨어서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최애 아지트가 되어줄 것이다.
  때로 당신의 고양이가 집 구조에 싫증을 낸다면 장애물을 이용해보길 바란다. 속는 셈 치고 상자를 한 번 접어보자. 위에 담요를 얹어준다면 더욱 멋진 덤불 대용품이 될 것이다. 뛰어넘고, 달리고, 쫓는 즐거움을 누리는 고양이는 정말 건강하고 행복해보이니, 분명 집사에게도 큰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