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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놀이 아카이빙, 서문

행복하게 자고 있는 막내 고양이 폭신

  고양이에게 있어 놀이란 단순한 놀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곁에서 머물기로 마음먹고 일생 자신의 영역을 집 안으로 한정 짓기로 한 뒤에도 사냥 본능만큼은 여전히, 야생에서 직접 먹이를 잡던 그때와 다를 바 없이 활발히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우리네 집사에게 있어 그들의 사냥 본능을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이란 친애하는 쥐돌이 친구 대신 막대기 끝에 매달린 쥐 장난감을 흔들어주는 일 밖에 없다. 진짜 쥐를 데려다가 잔혹한 동거를 시키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리하여 시작된 고양이와 집사의 놀이 전쟁은 아마도 각 가정 내에서 활발히 진행 중일 터이다. 놀고는 싶지만 집사의 장난감으로는 놀고 싶지 않은 고양이와, 어떻게든 놀아주려고 시간을 내어보지만 영 미적지근한 고양이님 덕분에 집사는 항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는 한다. 비단 우리 집 놀이 시간의 풍경만은 아닐 풍경 때문에 이 글을 검색하여 들어오신 당신께, 수고하셨다는 한 마디와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본론으로 돌아와 한창 놀 나이인 우리 집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필자네 집 고양이들은 이제 막 한 살이 된 코리안 숏헤어 삼 형제로, 봄이라기에는 다소 춥던 2019 4월에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해왔다. 한 차례 입양 시도가 좌절된 직후에 포인 핸드에서 열한 마리 형제들이 한꺼번에 버려진 공고를 발견하였던 것이 이 사랑스럽고도 전쟁 같은 일상의 서막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당면한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 그러하듯 세 고양이는 빛의 속도로 우리 집에 적응하고 누나들이 헌상한 각종 장난감을 사냥하며 질풍같이 성장했다.

  삼 형제는 가리는 것 없이, 이왕이면 더 재밌어보이는 장난감에는 불꽃같은 반응을 보여주며 캣초딩 시기를 무사히 성장해주었다. 아마 그대로 모든 장난감을 좋아라했다면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자 결심하는 계기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여름이 지나기 전 동시에 땅콩을 수확당한 삼 형제들은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본디 움직이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턱시도 고양이 보들이를 기점으로, 원래 끈만 흔들어도 좋아 죽던 폭신이까지 놀이에 시들해지고 만 것이다.

  이럴수가! 세 마리를 동시에 키워내느라 고생했던 시간들 때문에 캣초딩 탈출을 입에 달고 살던 필자는 처음에는 드디어 우리 애들이 드디어 철이 들었다고 좋아했더랬다. 이후에 제발 좀 놀아달라며 꽁무니를 쫓아 다닐 시간들을 그때의 필자에게 꼭 좀 알려주고 싶다. 똥꼬발랄하던 시기를 지나 제법 무덤덤한 어른 고양이가 되어가는 삼 형제 덕분에 놀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묘 가정인 탓에 더욱 고난스러웠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무난하게 세 마리를 한꺼번에 놀아주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내 팔자가 피어서인지 문득,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바야흐로 자리에 앉아 타이핑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이 블로그 겸 아카이브는 궁둥이가 점점 무거워지는 고양이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만드나 머리를 싸매고 있는 어딘가의 집사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이제 한 살이 된 삼 형제가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어도 즐겁게 놀 방법을 궁리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누나의 욕심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고양이 놀이이지만, 고양이와 어떻게 놀아야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고양이의 놀이는 본능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그 고양이의 본능에 대한 연구와 본능을 기반으로 우리 집 고양이를 파악하여 집사와 고양이가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다. 비 전문가이며 연륜이 오래되지 않은 집사이기에,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당신의 한 마디가 절실하다. 부족한 부분은 지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기꺼이 질타하여 주시길 바란다. 모쪼록 이 블로그와 필자의 경험을 통해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참고 겸 끝이 보이지 않는 고양이 놀이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전국의 고양이가 행복하게 날아다니고, 그런 고양이를 바라보며 집사 또한 행복해지기를. 모쪼록 하루빨리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맺는다.